집 보러 가실까요?

“집과 사람을 맺어주는 공인중개사의 파란만장 분투기!”

시간이라는 ‘우연’과 공간이라는 ‘필연’,

그 속에서 ‘인연’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일의 영역에서 삶을 성찰하는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열세 번째 책 《집 보러 가실까요?》가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책에는 집과 사람 사이를 오고 가며 사람들의 ‘주(住)’를 책임지는 직업인 ‘공인중개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집을 팔려고 하거나 세를 놓으려는 사람, 혹은 집을 구하려는 사람 모두 거래하는 과정에서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집은 다른 어떤 물건들보다도 가치 있으며, 매매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준비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단계가 까다로우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살펴보아야 할 사항 역시 무수하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이 사람들의 꿈으로 자리한 오늘날, 집을 사고파는 일은 일생일대의 중대사라고 할 수 있다. 집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며, 양자의 불안을 덜어주고 신뢰를 더해주는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는 스무 해 가까이 공인중개사로 일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계약을 성사시켜 온 베테랑 부동산 전문가이다. 당연하게도 그만큼 많은 분쟁과 논란, 다툼을 목격하고 중재해 왔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해 버린 임대인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임차인을 다독여야 하거나, 계약금도 없이 집을 ‘찜’ 해달라고 떼를 쓰고 화를 내는 사람을 마주하는 등 부동산 거래 과정은 그야말로 ‘파란’의 연속이다. 그러나 저자는 베테랑 공인중개사답게 능숙한 항해사처럼 계약의 ‘키’를 잡는다. 때론 임대인에게 매일 문자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물음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하거나, 어떤 때는 자신을 질책했던 이에게 “당신만 한 사람이 없더라”는 인정을 받고 다시 그를 고객으로 맞이하는 등 저자는 무수한 ‘케바케’를 겪고, 대처해 오며 사연 있는 사람과 사연 있는 공간을 이어왔다.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져도 전국의 공인중개사들이 동시에 사무소 문을 닫고 광장으로 모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 역시도 모두가 광장에 모일 때만 광장으로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갈 것이다. 그 일이 내 몫이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족하다.

(〈억울한 중개보수료〉, 44쪽)에서

물론 공인중개사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러나 조금은 고지식하게, 어쩌면 없을지도 모르는 ‘삶의 정답’에 다가가고자 묵묵히 ‘내 몫’을 해치우며 ‘나’보다 ‘모두’를 우선하는 공인중개사와 그 이면에 있는 부동산 계약의 희로애락은 쉽게 만나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책 속에는 따뜻하지만 물렁하지 않은 저자의 성찰과 시선이 담긴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