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제5회 시인수첩 신인상 당선자 발표!

5회 시인수첩 신인상 당선자 발표

시인수첩에서 시행하는 제5회 시인수첩 신인상 당선자로 김바흐가 선정되었다.

『시인수첩』 신인상은 개성적 미학과 참신한 가능성을 갖춘 능력 있는 신인을 발굴 육성하여 우리 시문학의 뿌리를 튼실히 하고 그 열매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상으로 매년 1회 당선자를 선정, 여름호에 발표한다. 종합문예지였던 『문학수첩』부터 시전문계간지로 새롭게 출발한 『시인수첩』에 이르기까지 시인은 신혜경, 안숭범, 이진희, 이병일, 황수아, 박소란, 배수연, 오성인, 석미화, 이병철, 조미희, 김태우 등이, 평론가는 강정구, 정주아 등이 당선, 우리 문학사의 한 자리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제 몫을 해가고 있다.

올해 시인수첩 신인상의 심사위원으로는 김형영(시인). 감태준(시인수첩 편집인), 정끝별(명지대 교수), 김병호(협성대 교수)께서 수고해주셨다.

 

 

<심사총평> 부분

본심에 오른 여섯 분의 작품은 모두 오랜 습작 기간과 녹록지 않은 시적 내공을 짐작하기에 충분한 작품들이었다. 삶 혹은 세계를 포착해내는 서정적 밀도와 시적 사유의 깊이, 감각과 비유를 아우르는 수사적 풍요로움을 고루 갖춘 ‘잘빚어진’ 작품들이라 할 만했다.

 


 

5회 시인수첩 신인상 당선 김바흐

본명 신희진. 연세대 국문과 졸업, 중앙대 문예창작학 석사.

본명 신희진.
연세대 국문과 졸업,
중앙대 문예창작학 석사.

시그니처

깨어나면 새장의 새를 날리고 새 한 마리만 더 날릴 구실을 찾으면서 방 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느껴져요 아름다 움이란, 치명적인 걸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문제는 A나 B가 아니고 A에서 B에게로 가는 과정에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요

의사는 별명 하나를 내게 산뜻하게 포고해줬는데 곧 웃으며 이렇게 말해요 그런 썩을 표정 짓지 마요 죽을병도 아닌데 걱정할 거 없어요 내 말만 잘 들으면 그러나 환자가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들을 수야 있는 존잽니까

자다 깨면 얼굴 안쪽으로 뭔가를 쑤셔 넣어요 아플 때는 뭔가 집어삼키는 일이 거룩해집니다 바나나와 전복, 냉동 딸기까지 아삭아삭 씹어 넘기고 나면 생각해요 탄산이란 무엇일까, 커피란, 향이란…… 나의 삶을 구성하는 가급한 것들

당혹감을 이기기 위해서랄까,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힘껏 설사하러 갑니다 개인적 일의 핵심이랄까 오늘도 조각배의 침몰 소식이 소리 없이 전해져 오는 저녁, 너무 많은 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양 나는 해야 할 일만 빼놓고는 할 수 있는 뭐든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나도 내과에 다니는데 의사는 ‘집에 있는 게 모형처럼 보이는 병’이라고 합니다 플라스틱 건물과 콜라병, 옷가게, 돈을 넣으면 하나씩 꺼내 먹을 수 있는 자판기, 수분 폭탄 물티슈, 신라면, 닭대가리처럼 보이는 붉은 고무장갑…… 나의 꿈은 이것들의 위치를 바꾸지 않는 것이죠 이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에요.

 

  • 집중심사평 부분 발췌:

김바흐의 시편들은 평이하면서도 사려 깊다. 언어감각 또한 재기발랄하다. 관념적 사유를 산문적 진술로 언어화하는 강점이 언어감각 그 이상을 소환하기도 한다. 통념에 대한전복적 통찰을 담아내는 진술적 문장과, 아이러니한 진실을 담고 있는 문장에서 이 시인의 힘이 나오는 듯하다. 지적인 사유와 아이러니한 진술에 의지해 풀어내는 집중력 있는 펼침은 시적 개성과 맞닿아 있다. 언뜻 보면 다소 설명적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 또한 자유분방하게 분출되는 시적 사유의 도정을 보여주는 시적 에너지임에 틀림없다. 막힘없고 망설임 없는 이 분출로서의 시 쓰기가, 이 시인의 시적 가능성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자, 더욱 선명한 개성으로 응집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