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한 줌 향기 한 줌

정목일 지음 | 양태석 그림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09년 5월 15일 | ISBN 9788983922786

사양 264쪽 | 가격 12,000원

분야 비소설

책소개

『모래밭에 쓴 수필』에 이은 서정수필의 대가 정목일 선집!

데뷔 30여 년의 집약!

 

한국 공식 등단 1호 수필가 정목일 선생이 『모래밭에 쓴 수필』에 이어 『햇살 한 줌 향기 한 줌』을 출간했다. “데뷔 30여 년의 집약”이라는 저자의 말 답게 이 책에는 그의 생각, 마음, 언어, 그리움, 아픔, 기쁨 등이 두루 실려 있다.

『모래밭에 쓴 수필』에서 이목일 선생의 원색화와 정목일 선생의 서정수필이 묘한 조화를 이루어냈다면, 이번 『햇살 한 줌 향기 한 줌』에는 양태석 화백의 수채화를 실어 글과 그림이 한 편의 시화집처럼 어우러지도록 했다.

지난해 전국 고교 연합고사에는 『햇살 한 줌 향기 한 줌』에 실린 「벼」라는 작품이 수필부문 문제로 출제된 바 있으며, 그간 발표된 작품 중 「논개의 가락지」 「사투리」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은 현재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기도 하다.

해마다 나무에 아로새겨지는 목리문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는 저자의 글은 아름다운 수채화와 어우러지며 독자들을 명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소한 일상, 깊이 있는 울림 일상에서 행복을 찾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은 역광이어서 눈조차 뜰 수 없다.”

 

햇살 한 줌 향기 한 줌』은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다. 1장 ‘햇살 한 줌’은 자연이나 사물 등 “글로 담아내지 않으면 망각 속에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들”을 다룬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 관심조차 갖지 않을 사소하기 짝이 없는 삶의 장면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서 의미와 가치를 얻을 때,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아련함이, 생각지도 못했던 부끄러움이 고개를 든다. 때로는 명상에 잠기며, 때로는 그리움에 눈물 짓고, 때로는 잘 살아 보자 파이팅하게 되는 글. 이것은 정목일의 글이 진심을 담고 있기에, 그의 삶 그대로를 담고 있기에 느낄 수 있는 먹먹함이 아닐까 한다.

 

“너무 아름다운 광경은 역광이어서 눈조차 뜰 수 없다. 눈이 부셔서 오래 바라볼 수 없는 것은 마음속에 담아 두라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 순수, 진실, 사랑, 신비, 깨달음은 눈이 부셔서 차마 바라볼 수 없는 아름다운 역광인지도 모른다.”(「아름다운 역광」 중에서)

“유리창처럼 빛을 투과시키지 않고 머물게 하는 것은 한지 방문밖에 없을 듯하다. …… 한지 방문에 달빛이 찾아올 때, 그걸 뭐라 표현할까. 달빛을 머금는다고나 할까, 달빛에 젖는다고나 할까, 달빛과 만나 포옹한다고나 할까…….” (「한지 방문」 중에서)

 

저자는 사소함을 표방한 일상을 다루지만 결코 사소하지만은 않은 글을 쓴다. 그는 벼가 익어 가는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벼를 예찬하는 것으로 서두를 열지만, 이 장의 마지막에서는 불과 1년 반 전에 일어난, 그러나 이미 우리의 기억 속에 지워져 가고 있는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과 숭례문 방화사건을 다루며 주의를 환기한다.

저자는 숭례문이 스스로를 태움으로써 “민족이 남긴 문화재나 문화유산은 예산과 관청의 힘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님을, 여기에는 민족의 사랑이 있어야 함을” 알리고자 했다고 말한다. “노숙자가 드나들어도 신경 쓰지 않는 문화재로 업신여길 바에야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역설하는 글을 읽노라면 이 사건들이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삶의 중심을 찾아야 한다”

“나무에게는 최선이 있을 뿐 불평과 후회란 없다”

 

2장 “마음에 새긴 그리운 명상”에는 저자가 국내외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글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나무 예찬은 끊이지 않는다. 영국사에서 만난 천년 은행나무, 지리산 기슭에서 만난 천년의 숲, 덕수궁 길에서 만난 500년 수령의 회화나무들을 대하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천년 수령의 나무들이 마치 눈앞에 서 있는 듯하여, 그 나무들이 살아온 세월이 느껴지는 듯하여 나도 모르게 명상에 잠기는 것이다.

저자는 사물 하나하나에서 그것이 만들어진 인고의 과정을 생각한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사막의 막고굴에 불상을 안치하고 벽화를 그려 넣은 무명의 미술가들, 고인돌을 만든 이름 없는 사람들, 바위 절벽에 마애불을 조각해 놓은 무명의 석공들…….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온전히 바쳐 예술품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정신과 세월을 읽어 내는 것이다.

품바타령의 해학에서 한과 눈물을, 문둥북춤에서 극한의 절망을 느끼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인고의 과정을 거쳐 하나하나의 작품을 토해내는 예술가로서의 번뇌를 느낄 수 있다.

 

“고성 오광대의 문둥북춤은 극한의 절망을 맛보고 그 어둠을 벗어 버린 춤이다. 이것은 모든 욕망을 벗어 버린 데서 얻어지는 것이다. 참다운 예술의 세계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문둥북춤」 중에서)

 

“아름답거나 요란스럽지 않으며, 번잡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그러나 맑은 향기를 내뿜는 글”

 

제3장 “꽃에게 말 걸기”에는 아련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평생을 스승으로 모셨던 금아 피천득 선생, 작곡가 조두남 선생, 조각가 문신 선생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 스승에 대한 생각이다.

부러 옛날 일을 물으며 팔순 어머니의 눈가에 웃음을 찾아드리던 저자는 이제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어머니의 김치 맛을 그리워하며 어머니의 안부를 묻곤 한다.

저자는 어머니의 삶을 “자신의 육신과 마음을 온통 다 내주어 소금에 절여져 참맛을 내는” 젓갈에 비유하며 어머니께 못다 드린 사랑에 마음 아파한다. 그러나 아들이 평생을 모실 큰 스승을 찾았음에 흐뭇해하는 부분을 보면 그 또한 자식을 둔 부모임을, 자식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부모임을, 우리네 인생이 그러한 것임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다.

우리는 각자 마음에 어머니를 품고 산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목이 메어 오는 말이 이 세상에 “어머니” 말고 또 있을까.

 

“향기를 머금은 연꽃이고 싶다”

 

정목일 선생이 1975년에 『월간문학』에 등단한 이래, 어느덧 3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올 2월에는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으로 선출되었으며, 지난해 출간된 『모래밭에 쓴 수필』이 〈제2회 조경희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그동안 수십여 권의 책을 출간하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왔지만, 이 책에 담긴 수필들이야말로 “데뷔 30여 년간의 집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흙과 물과 햇빛과 공기”에 감사하며, “고독과 고통도 퇴비려니 여기고 여기에 향기로운 연꽃을 피워 보고자” 하는 저자는 이 책에 오롯이 “흙과 물과 햇빛의 말과 숨결”을 담아 내고 있다.

서정수필 한 편, 수채화 한 폭에 고요한 명상으로 떠나는 시간. 독자들은 올 봄, 한국문학의 진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지금을 작고하신 금아 피천득 선생의 말처럼, 정목일 선생의 글은 “아름답고 명상적이며 읽는 이에게 맑음과 삶의 깨달음을 준다.”

리뷰

책 속으로

 

꽃에게조차 말을 걸지 못하면서 누구에게 마음을 통할 것인가. …… 편지를 받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편지를 써야 한다. 선물을 받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선물을 하여야 한다. 친구를 얻고 싶으면 자신이 먼저 친구가 돼 주어야 한다. 꽃을 피우고 싶으면 먼저 마음을 열어 대화하고 정성을 쏟아야 한다. (「꽃에게 말 걸기」 중에서)

 

그의 글을 보노라면 그리운 말들이 떠오른다. 어머니, 아버지, 추억 그리고 사랑……. 이런 말들이 떠오르며 하나씩의 별이 되는 것을 느낀다. (「별을 찾아서」)

 

인간의 생존 조건은 운명적이다. 그러나 삶의 중심을 잡는 지렛대는 자신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 삶의 중심은 자신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 중앙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 외곽이라는 생각, 소외와 단절 속에 산다는 의식 자체를 버리고,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삶의 중심을 찾아야 한다.(「중심 찾기」)

 

보도블록 틈새로 돋아난 풀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최상으로 여기고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기울여 살아남고자 애쓸 뿐이다. 풀들은 그곳이 대지든, 절벽이든, 바위 틈새든, 자신이 처한 자리가 우주의 중심점이자 생존의 자리임을 안다. (「풀에 대한 단상」)

작가

정목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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