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폭스 뉴스 앵커가 말하는 성폭력의 문제들

2017년 시작돼 전 세계를 휩쓴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Too)를 촉발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폭스 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그레천 칼슨이 폭스 뉴스의 창립자이자 트럼프 미 대통령의 선거 캠프 고문이기도 했던 보수 언론의 거물 로저 에일스를 성희롱 혐의로 고발한 기념비적인 소송이죠.

 

그레천 칼슨 | Photograph by Brigitte Lacombe

 

 

그레천 칼슨은 폭스 뉴스 내 동료 언론인들의 추가 증언을 이끌어내며 에일스 회장을 불명예 사임시켰고, 2017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과 한 해의 가장 인상적이고 뛰어난 여성 언론 ‧ 예술인을 시상하는 매트릭스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용기 있는 그녀의 투쟁은 할리우드에서도 주목을 받아 니콜 키드먼과 샤를리즈 테론 주연으로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레천 칼슨이 직장 내 성희롱을 비롯한 모든 성폭력에 대응하는 자세에 대해 쓴 책이 국내에도 출간되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Be Fierce)에서 그레천 칼슨은 미국 전역을 뒤흔든 성추문의 피해자로서, 어떻게 자존감을 잃지 않고 꼿꼿이 나아갈 수 있었는가를 이야기합니다.

 

그 한 시간 동안 나에 대한 뉴스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건으로 시작한 뉴스는 금세 수십 건으로 불어났다. 나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뜨는 내 뉴스들을 읽기 시작했다. 유체 이탈을 하는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은 채로 눈물이 줄줄 흘렀다. …… 삶이 불현듯 초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라야 했다. 머리를 감기 위해 안내된 자리에 앉자,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옆자리에서 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내게 그저 한 마디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 그 순간, 나는 성희롱이 내 경험보다 큰 문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게 내가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을 위해 새롭고, 힘 있고, 진실한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한 까닭이다.

― 본문 16p 중

 

성차별과 성폭력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여성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가혹한 대우를 받아왔는지 서늘하면서도 충격적으로 폭로(《선데일리》)하며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사회 속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에 노출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등골이 서늘한 현실과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이상의 간극을 가감 없이 보여주죠.

하지만 이 책은 동시에 이 질병을 멈추기 위해 목소리를 낸 사람들의 용기 있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털어놓으며그 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더불어 사회적경제적으로 어떤 부당한 대우를 겪어야 했는지를 고백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이 일이 성()이 아닌 권력즉 힘의 문제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알고 보면 모두의 이야기인 이런 일들에 대해서그 일은 절대 괜찮지 않다고 말하며 자신과 함께 사나워지자고(Be Fierce) 호소합니다.

 

 

우리는 성폭력을 멈출 수 있을까요누구나 안심할 만한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요? 
대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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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천 칼슨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방송·저널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폭스 뉴스 채널의 케이블 아침 뉴스 프로그램 〈폭스와 친구들(Fox and Friends)〉을 공동 진행했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그레천 칼슨과 함께하는 리얼 스토리(The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