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장경렬 시조 비평집

장경렬 지음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17년 12월 27일 | ISBN 9788983926883

사양 153x224 · 352쪽 | 가격 15,000원

시리즈 현대문학총서 13 | 분야 인문/사회

책소개

1991년 「시간성의 시학―문학 장르로서 시조의 가능성」이라는 글로 시조 시단에 이름을 올린 이래 한국 시조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고민해 온 평론가 장경렬 교수의 시조 비평집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출간되었다. 한국문학의 시대성과 흐름, 작품 면면의 의의와 현대문학이 나아갈 방향 등을 총괄적으로 살펴 온 ‘한국현대문학총서’ 열세 번째 책으로 출간된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시조의 주제 및 형식(“변하는 것”)과 ‘시간성의 시가’라는 시조의 본질(“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에 주목하여 쓴 시조론 4편, 작품론 11편을 다듬어 묶은 것이다.

리뷰

시조, 인간사에 대한 현실적 이해와 비판

‘시조(時調)’라는 명칭은 ‘시절가조(時節歌調)’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것으로 ‘시절’은 “일정한 시기나 때”를 뜻하는 표현이다. 따라서 ‘시조’라는 명칭의 뜻은 ‘당대의 노래’ 또는 ‘당대의 정서나 시류(時流)를 반영한 노래’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시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곧바로 확답을 내놓진 못하는데, 단순히 ‘3장 6구 12음보 45자 내외의 음절로 이루어진 짤막한 정형시’라는 식의 정의에 만족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시조를 시조로 존재케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말하며, 시조의 본질을 ‘우의(寓意, allegory)’에서 찾는다. 다시 말해, 시조가 현실 속 인간의 삶에 대한 우의적 관찰과 이해의 시가임을 여러 관점에서 증명하고자 한다.

현실과 정서에 따라 시조의 소재와 대상뿐만 아니라 주제도 바뀔 수 있다. 시조의 형식에도 변화가 있어 왔는데, 행과 연 나눔의 자유 및 새로운 형태의 연시조 쓰기가 광범위하게 인정되고 있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형식상의 실험이 시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시조의 시간성과 우의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즉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시간성과 우의성이 이끄는, 인간사에 대한 현실적 이해와 비판의 시각이 깃든 시조의 본질이다.

저자는 시조에 관한 이러한 자신의 생각이 시조 창작에 헌신해 온 시조 시인들이나 시조 연구에 전념해 온 국문학자들의 것과 비교할 때 사소하고 지엽적인 것일 수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어떤 제도 또는 체제에 속해 있다 보면 그 제도나 체제 자체의 구조를 전망하거나 그 모습과 특성을 객관적으로 조망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외국문학도(영어영문학과 교수)로서 시조라는 문화적 제도 또는 체제 바깥에서 이를 조망하고 관찰할 수 있는 자리에서 나름의 개념 정의 및 입장 표명에 용기를 내게 되었다고 밝힌다. 아울러 저자 자신의 개념 정의나 이해가 하나의 단초가 되어 시조에 대한 좀 더 폭넓은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현대를 살아가는 시조 시인들의 작품

1부에서 시조에 관한 저자 나름의 정의와 시조의 지배적 경향이 단시조에서 사설시조로, 연시조로 변화한 과정이 전개됐다면, 2부에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시인들의 시조 작품들에 관한 작품론 11편이 이어진다. 저자는 ‘노래로서의 시조’가 아닌 ‘시로서의 시조’의 시대에서 시조의 본질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들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글 「시인이 스스로 찾은 ‘시조의 길’을 따라」에서는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에 기대어 이우걸의 작품을 조명한다. 이우걸 시집 『아직도 거기 있다』에 담긴 시인의 시 세계를 젊은 시절의 작품부터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연대순으로 정리하면서 단시조 형식의 빼어남을 역설한다.

두 번째 글 「‘칼의 노래’에 담긴 ‘따뜻한 마음의 노래’를 찾아」는 ‘동학’이라는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작된 민병도의 시집 『칼의 노래』의 작품론이다. 저자는 다양해 보이지만 무엇보다 시조의 정격(政格)을 고수하는 민병도의 작품 세계에 주목한다.

세 번째 글 「시를 향한 사랑의 노래, 이를 찾는 순례의 길에서」에서 저자가 주목한 시집은 이정환의 『비가, 디르사에게』다. 기독교적 사랑 이야기를 시조 형식에 담고 있는 이 시집은, 간명하고 절제된 노래를 가능케 하는 형식적 장치가 바로 단시조 형식임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네 번째 글 「자기 되돌아보기로서의 시 쓰기, 그 여정에서」는 이지엽의 『북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자기 되돌아보기’에 주목한다. 때로는 자신의 삶 주변을, 때로는 자신의 모습을, 때로는 선배 시인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시인은 독자들을 또 다른 차원의 자기 되돌아보기로 이끌고 있다.

다섯 번째 글 「삶의 노래, 그 숨결을 ‘탐’하여」는 정수자 시집 『탐하다』에 대한 탐구다. 정수자는 삶‘에 관해’ 노래하기보다 삶‘을’ 노래하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 점은 그가 시조 시인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학 장르로서의 시조란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즐거움과 아픔을 노래하는 시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에서 저자는 김복근의 『는개, 몸속을 지나가다』에 보이는 생태학적 상상력에 주목한다.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의 양상 및 질감을 보는 일과 그 내면의 이미지를 그리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시집 『는개, 몸속을 지나가다』라는 것이다.

일곱 번째 글 「“장엄한 제의 끝”의 “비상”을 위하여」는 김연동의 『점묘하듯, 상감하듯』을 위한 글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대상을 향해 세심한 눈길을 주는 시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작품들로, 이들 작품에서 시인은 특유의 언어 구사 방식을 통해 ‘행간의 확장’을 이룬 다음 그 확장된 행간에 자신의 마음을 담고 있다.

여덟 번째 글 「삶의 아픔을 견디는 일과 넘어서는 일 사이에서」는 홍성란 『황진이 별곡』의 작품론이다. 홍성란은 기존의 전통에 안주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시조의 가능성 모색에 힘을 쏟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시조를 창작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은 채 지은 것처럼 보이는 그의 시조의 자유로움은 시조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아홉 번째 글은 시조 시단의 주류에 머물면서 시조의 고답성을 탈피하고 있는 시인 권갑하의 『세한의 저녁』을 분석한 「시조 안에서, 시조를 뛰어넘어」다. 권갑하는 이 시대의 구성원들이 살아가면서 느끼거나 깨달았을 법한 삶의 의미를 시조라는 정형의 틀 안에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열 번째 글 「소탈하고 여유로운 시 세계, 그 안으로」에서 저자는 이종문의 『묵 값은 내가 낼게』에 깃든 시적 재치와 해학에 주목한다. 이종문의 시 세계는 작품론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닌다.

마지막 열한 번째 글은 이달균의 『늙은 사자』를 분석한 「자아를 찾아 이어 가는 여정, 그 행적을 짚어 보며」다. 이 글에서 저자는 이달균의 시집을 고은의 소설 『선(禪)』과 함께 읽으며, 선 굵고 힘찬 시인의 시 세계를 달마대사의 이야기에 겹쳐 보고 있다.

목차

머리말│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

제1부│오늘날의 시조, 이에 관한 몇 가지 단상
시조의 변모 과정,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통시적인 이해를 향한 하나의 시도
시조의 세계화와 국제화를 위하여-그 가능성과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시조의 또 다른 미래를 생각하며-문화와 언어의 경계 뛰어넘기

제2부│오늘날의 시조 시인들, 그들의 작품 세계
시인이 스스로 찾은 ‘시조의 길’을 따라-이우걸의 『아직도 거기 있다』와 단시조의 멋
‘칼의 노래’에 담긴 ‘따뜻한 마음의 노래’를 찾아-민병도의 『칼의 노래』와 시조의 정격(正格)
시를 향한 사랑의 노래, 이를 찾는 순례의 길에서-이정환의 『비가, 디르사에게』와 기독교적 상상력
자기 되돌아보기로서의 시 쓰기, 그 여정에서-이지엽의 『북으로 가는 길』과 자기 성찰의 깊이
삶의 노래, 그 숨결을 ‘탐’하여-정수자의 『탐하다』와 시인의 삶과 언어 탐구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김복근의 『는개, 몸속을 지나가다』와 생태학적 상상력
“장엄한 제의 끝”의 “비상”을 위하여-김연동의 『점묘하듯, 상감하듯』과 확장과 구현의 시학
삶의 아픔을 견디는 일과 넘어서는 일 사이에서-홍성란의 『황진이 별곡』과 시 정신의 자유로움
시조 안에서, 시조를 뛰어넘어-권갑하의 『세한의 저녁』과 시조의 탈(脫)고답화
소탈하고 여유로운 시 세계, 그 안으로-이종문의 『묵 값은 내가 낼게』와 시적 재치와 해학
자아를 찾아 이어 가는 여정, 그 행적을 짚어 보며-이달균의 『늙은 사자』와 자아 성찰의 시 세계

부록│In Search of the Essence of Sijo

작가

장경렬 지음

인천 출생.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교에서 The Limits of Essentialist Critical Thinking: A Metacritical Study of the New Criticism and Its Theoretical Alternatives라는 논문으로 영문학 박사학위 취득하였다. 평론집으로 『미로에서 길찾기』(문학과지성사), 『숨은 신을 찾아서』(문학수첩)가 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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