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플래츠

윌리엄 랜데이 지음 | 최필원 옮김

브랜드 북@북스

발행일 2006년 7월 5일 | ISBN 8988182898

사양 559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추리소설의 아티스트가 선사하는 스릴러의 진수

 

추리소설의 아티스트 윌리엄 랜데이의 데뷔작 『미션 플래츠』가 (주)북앳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예일대 법대를 졸업하고 6년 동안 지방검사 생활을 하다가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영국추리작가협회의 <존 크리시 메모리얼 대거상>을 수상하면서 제2의 존 그리샴이라는 평가와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스릴러와 추리소설의 혼합 형식을 추구하면서, 스릴러 특유의 폭넓은 사건 전개와 추리소설의 치밀한 구성의 진수를 선보인 이 작품은 반전이 한데 얽혀 있어 묵직하고, 숨막히는 긴장감, 가볍지 않은 진지함이 큰 매력으로 다가선다. 거듭되는 반전과 숨막히는 전개는 오랜만에 스릴러의 진수를 맛보게 해준다.

 

먼저 작가 윌리엄 랜데이는, “살인 미스터리는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미스터리물은 일반적인 공통의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경찰 혹은 형사, 아니면 조사과정에 개입된 제 3자, 그리고 범죄를 저질렀을 것 같지 않아 보이는 뻔한 용의자나 혹은 왠지 사건에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주변인물 등…… 『미션 플래츠』역시 이런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션 플래츠를 평범한 살인 미스터리와 구분짓는 것은 경찰계와 법조계에 대한 내부자의 시선이다. 이는 작가가 보스톤 토박이이자 지방 변호사였기에 가능한 일인데, 실제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서스펜스는 이 소설을 단연 돋보이게 만든다.

 

윌리엄 랜데이의 법조계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미션 플래츠』에게 신뢰성을 부여한다. 그 덕에 독자는 마약 중개상과 경찰 그리고 검찰 간에 벌어지는 ‘쥐와 고양이’ 게임을 재빨리 알아챌 수 있다. 등장인물 중 브랙스턴은 높은 지성과 잡다한 지혜 그리고 잔인성을 섞어 놓은 인물로 미션 플래츠는 그의 절대적 영역이다. 그의 사업을 방해하는 자는 스스로 목숨을 내던진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그의 범죄행위를 증언할 극소수의 인물들은 시체로 발견된다. 브랙스턴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기 위해서 경찰은 합법적이라고는 볼 수 없는 수단을 사용해야만 하는데, 이것이 이 작품의 심장부이다. 과연 결과가 수단을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일까? 진실보다 선한 거짓말이 우선이 될 수 있을까? ……

 

섣부른 추측을 거부한다

 

배경은 가상의 도시 미션 플래츠.  1977년 한 경관이 술집 강도에게 살해당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마약 거래꾼들의 아지트 ‘빨간 문’에 대한 제보를 받은 경관들이 문을 부수려 하는데, 경관 한 명이 문 너머에서 날아온 총알에 맞아 숨진다. 이 사건의 용의선상에 떠오른 것은 그동안 같은 수법으로 몇 차례나 살인을 저질러왔다고 의심받고 있는 해럴드 브랙스턴. 댄지거는 수십 차례나 그를 기소했지만 한번도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고, 어디에 숨어 있는지 행방을 찾을 수도 없다.

현재, 미션플래츠 경찰서장을 하고 있는 벤저민 윌멋 트루먼은 호숫가 오두막에서 댄지거 검사의 피살체를 발견한다. 역사학도였던 트루먼은 그저 마을을 순찰이나 할 뿐 살인사건 따위 다뤄본 적도, 지식도 전혀 없는 초보자. 그는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사건을 기웃거리는데, 은퇴한 경찰이라는 켈리 노인과 사체 발견 현장에서 만난다. 트루먼은 켈리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이 함께 사건을 수사해 나간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트루먼이 댄지거 살인 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르게 된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해럴드 브랙스턴을 찾아 헤맨다.

사건의 고리는 1977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새로이 떠오른 키워드는 ‘빨간 집’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는 정보원 ‘라울’. 그러나 그 실체는 모호하다.

의혹은 마약계 형사 기튼스에게로 옮겨 간다. 그는 ‘빨간 문’ 사건 때 그 자리에 있었고 트루먼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인맥을 동원해 여러 가지 정보를 주고 안내도 해 준 인물이다.

기튼스에 대한 의혹이 어렴풋이 피어나는 가운데, 증인들은 차례로 살해당했고,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해럴드 브랙스턴뿐. 트루먼은 브랙스턴의 희망대로 그를 자기네 마을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서 기튼스의 전화를 받고 호숫가로 향하는 트루먼.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얼어붙게 만든다.

 

독자의 기대를 기만하면서 펼쳐지는 반전의 연속

 

저자는 깔끔한 글솜씨로 이 복잡한 사건을 풀어낸다. 에드가알랜포우상을 수상한 릭 리오단은 이를 두고 “짜릿한 액션 씬, 바삭바삭한 문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품격 있으면서도 직선적인 문체는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추리소설에서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작중화자의 이야기 전개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 소설의 특징은 오히려 독자들이 작중화자의 진술을 의심하고, 그의 이야기에 의도적 오류는 없는지를 의심하는 부분에 있다. 정말 트루먼은 평범한 시골뜨기 경찰관에 불과한 것인지? 사체는 정말 우연히 발견된 것인지? 시신이 발견되자마자 사건현장에 나타난 전직 보스턴 경찰관 켈리는 정말 우연히 마을에 들렸다가 뜻밖의 사건현장에 도달하게 된 것인지?

독자들은 작중화자의 호흡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작중화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변호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그러나 정작 독자들이 믿었던 이 화자를 저자는 십분 이용한다. 독자와 작중화자의 동일시점의 허를 찔러 독자들을 당황케 하는 솜씨를 발휘한다. 믿었던 작중화자의 심정 토로가 결국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데, 주인공의 이러한 배신은 안일한 독서를 시도하던 독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주인공이 독자들에게 자신과 사건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원칙의 경계에서 오히려 독자와의 두뇌 게임을 제안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중화자의 서술에 의존하지 않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하는 이 소설은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위한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 음산하고 묵직하며, 팽팽한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 범죄 스릴러 소설의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탁월한 데뷔작을 쓴 추리소설작가에게 주어지는 존 크리시 메모리얼 대거상의 수상 사실은 그의 잠재력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서 경이로운 부분은 기교적인 플롯과 속도감 있는 진행, 어느 것도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설정, 그리고 매우 쇼킹하면서도 기술적으로 마무리된 결정적인 반전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설의 문학성을 빛내주는 것은 부여하는 것은, 주인공 벤 트루먼과 주변 사람들의 캐릭터가 점점 발전되어 가는 그 깊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트루먼은 굉장히 특이한 경찰 주인공이다. 그는 아직 젊고 경험도 없다. 그의 과거 배경은 경찰로서는 불리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적으로는 보너스적인 요소가 되었다. 벤의 지적인 본성은 그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주지만 결국 비극적인 결함이기도 하다. 그는 항상 분석하려고 들기 때문에 속으로만 일을 하고 이것은 다소간 신뢰하기 힘든 화자로 보일 수 있다. 독자는 벤의 동기에 확신할 수도 없고 그가 말하는 이야기가 정확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를 신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때문에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 한다. 그는 완고하고 규칙적이며 가족과 친구에 극도로 충직하다. 작가 랜데이는 특별히 가족 간의 결합의 어려움을 조명하였다. 벤은 역사학자가 되려던 꿈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원하지도 않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술고래에 군말이 많은 아버지와 마주쳐야만 한다. 두 남자는 서로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결국 서로에게 있어서는 마이너스적인 요소임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범죄 수사를 토대로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성의 복잡함을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문학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저자와의 대화

 

Q. 미션플래츠를 목적은?

A. “가장 일차적인 목적은 재미가 있고도 문학성있는 범죄소설을 쓰는 것이었다. 스릴러의 즐거움인 액션, 서스펜스, 유머, 다중적인 구성, 죽기 아니면 살기의 관계에 소위 ‘문학적’ 소설의 지성을 겸비하기 위해서는 생생한 등장인물들과 심각한 이슈가 되는 배경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하고 퉁퉁 쾅쾅하는 하드보일드한 문장 묘사보다는 보다 격조 높은 문체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Q. 보조 D.A.(지방 검사) 일했던 당신의 경험이 미션플래츠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나?

물론 그와 같은 경험을 통해 쓸거리가 한가득 생겼다.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더운 여름날 아침 법정에 앉아 있었을 때가 기억난다. 한 홈리스가 붙잡혀 왔는데, 지역 경찰의 말에 따르면 그는 ‘얼굴이 없었다’. 이 남자는 자신의 입 안에 권총을 넣고 발사하여 자살하려고 했으나 움찔하는 바람에 그의 얼굴이 엉망이 된 것이었다. 그런 인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일이었고 결국 그는 미션 플래츠에서 턱이 없는 은둔자 모리스 울레로 재탄생한다. 이런 식으로 연관이 되어 있는 것이 많다. 그러나 보다 미묘한 연결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내 생각에 검사로 활동하는 동안 법정 언어에 대해 익숙해진 것 같으며 우리 시스템에서 올바른 일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심지어 무엇이 올바른 일인지를 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직접 실감할 수 있었다. 미션 플래츠를 쓴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도덕적 이슈를 생각하게 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 젊은 경찰 벤 트루먼이 책에서 대면하게 되는 선택들은 현실의 경찰과 변호사들이 매일 대면하는 바로 그것이다. 결국 그것들은 한 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옳은 것과 전통적인 것이 같지 않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Q. 미션 플래츠의 일부는 현실적이고 다큐멘터리 같은 어조를 지니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A.현실적인 소설이라도 여전히 허구임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사실주의이지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짧게 대답하자면 미션 플래츠는 허구이다. ‘이것은 사실인가?’가 아닌 ‘이것이 납득이 가는가?’ 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주의적 작가들은 사실이 아닌 사실에 가까운 박진감을 독자에게 선보여야 하는 것이다. 나의 법정 경험이 미션 플래츠에 정확한 묘사를 하도록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나는 구분지을 수 없다. 그리고 당신 역시 사실을 알고 싶진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항상 일어날 수 있는 것이고 이런 차원에서 말한다면 이것은 모두 사실이니까.

Q. 미션 플래츠는 실제가 아닌 허구의 장소로 택했는가?

A. 왜냐하면 그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솔직한 대답이다. 허구의 장소는 나로 하여금 현실을 떠나 이야기를 보다 자유롭게 상상해 낼 수 있게 한다. 만약 작가가 이야기를 실재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면 그는 그 장소를 정확하게 묘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스테이트 거리와 콩그레스 거리 사이의 우체통에 메일을 넣었다라고 쓰고 싶어도 실제로 거기에 우체통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작가는 글을 쓰다 말고 멈춰서 ‘거기에 진짜 우체통이 있던가?’하고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마도 직접 살펴보러 가야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처음에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를 잊어버릴 수도 있다. 자기만의 장소를 상상하는 이점은 자기가 원하는 곳 아무데에 우체통을 놓아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건 작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바로 스토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작가라면 현실을 알맞게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거기에 우체통이 있든 없든 상관없어. 나는 거기에 있다고 할 거고 이건 소설이니까.’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속임수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날카로운 눈을 가진 독자라면 그것이 오류라고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작가에 대한 신뢰를 잃을 것이고 책에 대한 흥미를 접을 것이다.

Q. 이후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A. 두번째 작품을 집필하고 있다. 2007년 봄에 The Strangler(교살자)란 이름으로 출간될 것이다.

저자 홈페이지 : http://www.williamlanday.com

작가
자료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