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의 신 2

일곱은 비밀

린지 페이 지음 | 이미정 옮김

브랜드 문학수첩

발행일 2018년 2월 5일 | ISBN 9788983926890

사양 143x224 · 544쪽 | 가격 14,800원

분야 국외소설

  1. 고담의 신
  2. 고담의 신 2
책소개

온갖 음모와 범죄가 판치는 1846년 뉴욕,

바텐더 출신 풋내기 경찰관의 활약을 그린 범죄 시리즈 제2

 

마이클 코넬리, 길리언 플린 등 최고의 스릴러 작가들이 격찬한 신성 린지 페이의 뉴욕 범죄 시리즈 제2권 《고담의 신 2―일곱은 비밀(Seven for a Secret)》이 출간되었다. 1845년에 막 출범한 뉴욕 경찰국의 신입 경찰관 티머시 와일드가 아동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경찰국 출범 6개월 뒤 주인공 티머시가 흑인 납치 및 살인 사건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과정을 그렸다. 1권 《고담의 신》과 마찬가지로 2권에서도 바텐더 출신 경찰관 특유의 관찰력과 직관력을 이용한 날카로운 추리가 빛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는 특히 “암 덩어리처럼 곪”은 인종차별의 실상과 당시 흑인 노예 산업의 실태가 감각적이면서 강렬한 문체로 묘사된다.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은 미국 남북전쟁 이전, 인종차별이 극에 달했던 19세기 뉴욕 뒷골목이다. ‘고담(Gotham)’이란 단어는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이 처음 사용한 말로, 뉴욕의 별칭 가운데 하나다. 당시 뉴욕은 폭력과 정치적 증오가 팽배하고, ‘아일랜드 감자 기근’으로 대거 유입된 이민자들을 수용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었다. 1845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 뉴욕 경찰국(NYPD)은 창립된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적대와 불신의 대상이었다.

뉴욕 뒷골목 굴 요릿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다가 화재 사고로 얼굴을 다치고 떠밀리다시피 뉴욕시 최초 경찰국의 일원이 된 주인공 티머시 역시 조직에 대한 충성이나 경찰로서의 사명감은 크지 않다. 게다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경찰이라는 옷은 마냥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던 1846년 2월의 어느 날, 아름다운 흑인 혼혈 여성 루시 애덤스가 신출내기 경찰관 티머시 와일드를 찾아온다.

 

“도둑이 들었어요.”

“뭘 훔쳐갔죠?” 내가 물었다.

“제 가족요.”(p.15)

 

티머시와, 그를 경찰로 만든 장본인인 형 밸런타인의 활약으로 흑인 노예 포획자들에게 납치된 루시의 아들과 여동생을 구하지만, 얼마 뒤 그들은 또다시 납치되고 루시 애덤스는 교살당한 채 발견된다. 티머시는 루시 애덤스의 죽음에 심상치 않은 사정이 있음을 직감하고, 흑인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뉴욕 각성위원회 및 지하철도 조직(Underground Railroad)의 도움을 받으며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리뷰

매력적인 캐릭터와 기막힌 반전이 빛나는 범죄 스릴러

작은 체구에 화재 사고로 일그러진 얼굴, 어릴 때 부모를 잃고 하나뿐인 형에 의지해 살아온 주인공 티머시 와일드는 바텐더로 일하면서 키운 직관력과 특유의 감수성으로 뉴욕 뒷골목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한다. 소방관이자 제8구 경찰서장인 형 밸런타인은 음주는 물론 마약, 폭력, 매춘 등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다니면서도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으로 ‘고담’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은 흥미로운 인물이다. 두 형제 모두 조직의 규칙과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

“눈과 귀를 갖고 자유인으로 태어난 미국인이라면 14그램의 두뇌만 있어도 모두 노예 반대론자야. 고약하게도 너 같은 막돼먹은 벌레도 말이지.”(p.90)

1권에서 함께 사건을 해결했던 ‘겉늙은’ 네덜란드계 순찰경관 피스트와 티머시의 굴 요릿집 동료 줄리어스 카펜터가 또다시 주인공의 든든한 아군으로 나오며, 2권에서도 이야기의 열쇠를 쥔 아름다운 두 자매 루시 애덤스와 델리아 라이트, 델리아를 사랑하는 흑인 자산가 조지 히긴스, 말 못하는 꼬마 굴뚝 청소부 장밥티스트 등 매력적인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1권에서 와일드 형제를 큰 위기에 빠뜨렸던 미녀 악당 실키 마시가 어김없이 등장해 사건의 발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루시 애덤스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녀의 과거와 정체가 밝혀지고 거기에 얽힌 비극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티머시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그 비밀은 말 그대로 누구에게도 “절대 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노예제도의 암울한 역사를 생생하게 그리다

미국의 흑인 노예제도는 1827년에 폐지됐지만 그로부터 2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소설의 시간적 배경에서 흑인들은 여전히 노예에 가깝다. 단순히 백인을 위해 일하는 존재가 아니라 아예 사람으로 취급받지도 못한다. 법정에서 흑인의 증언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교회 신도석도 따로 마련되며, 죽어서도 아프리카인 전용 묘지에 묻힌다. 그뿐만 아니라 백인 포획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유인 흑인을 납치해 노예라고 우겨서 남부의 노예 중개상에게 팔아넘기는 짓은 당시에 매우 흔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작가는 주인공의 입을 통해 이런 암울한 현실을 감각적이고 문학적으로 토로한다.

북부에서 흑인들은 자유인이지만 끊임없이 억압받는 인종이다. 반면 남부에서 그들은 가축이다. 가축 중에서 소 취급을 받는다. 아니, 소보다 훨씬 큰 고통을 받는, 생각할 줄 아는 소라고 할 수 있다. 소수지만 목소리 높은 노예 폐지론자들이 매일 이러한 현실을 소리 높여 부르짖다가 썩은 토마토와 뾰족한 돌멩이 세례를 받는다.(p.70)

《노예 12년》,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삶에 관한 이야기》 같은 책이나 여러 납치 피해자들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내용들이 각 장을 여는 리드문으로 쓰였으며, 남북전쟁 이전 흑인 노예 탈출을 도왔던 ‘지하철도 조직’의 등장과 같은 역사적 사실은 정교한 플롯과 결합하며 역사의 한 장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시리즈. 극적이고 놀랍다.” ―길리언 플린(《나를 찾아줘》 작가)
■ 본문 중에서

나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피스트 경관이 또다시 열여섯 시간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면 좋겠다는 어렴풋한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그건 헛된 생각이었다. 피스트 경관은 달빛에 홀린 가면올빼미처럼 정신 나간 사람이니까. 그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이번만이 아니었다.(p.44)

우리는 인간을 경주마처럼 사육하는 세태를 떠올리기 싫어한다. 아이들을 엄마한테서 떼어 내 농장 장비와 바꿔 먹는 짓에 관해서도 생각하기 싫어한다. (……) 죽을 때까지 채찍질당하는 사람들, 개들에게 갈가리 찢기는 도망자들에게 일말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일반 대중은 그런 일에 대해 그다지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한 눈을 뜨고 그런 노예들을 똑바로 응시할 수밖에 없을 때는 지독하게 짜증을 낸다.(p.70)

“티머시 와일드, 내키지는 않지만 널 후려쳐서 그 어리석은 생각을 날려 보내 주마.” 밸런타인 형이 맹세하듯 말했다. “흑인들은 투표를 할 수 없어.”(pp.90-91)

“나한테 생각이 있지.” 밸런타인 형이 의자에 앉은 남부인의 뚱뚱한 넓적다리 사이 빈 공간에 부츠 끝을 올려놓았다. “네 놈 치아 사이에 있는 쓸모없는 고깃덩어리를 그만 쉬게 하는 거야. 네 다리 사이에 있는 쓸모없는 고깃덩어리와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길 잃은 돼지에게 줘 버리기 전에. 어때, 마음에 드나? 나는 아주 마음에 드는데.”(p.107)

줄리어스가 노예 포획자 두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 이름은 제 것이며, 줄리어스 카펜터입니다. 저들이 제 등에서 피부를 벗겨 내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겠죠. 하지만 제 이름은 가져갈 수 없습니다.”(pp.187-188)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니지. 다정하고 가슴 따뜻한 사람이니까. (……)”
“맙소사, 그것뿐만이 아니오.”
“맞아요. 특별하기 때문이기도 하죠.”
“총애를 받고 있다고 누가 그러더군.”
“치졸한 놈들이나 그런 소리를 하겠지.”
“내 사무실 벽에 ‘와일드는 흑인 거시기를 빤다’라고 쓴 놈이 누군지 말해 줄 사람은 없습니까?” 내가 소리쳤다.(pp.305-306)

하지만 델리아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롯의 아내가 잔인하게도 소금 기둥으로 변하기 전에 정확히 뭔가 자세를 취할 시간이 있어서 오만하게 등을 곧추세우고 한 손을 부드럽게 구부렸다면 지금의 델리아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녀도 델리아와 똑같은 표정으로 자신이 아는 유일한 집을 흘낏 돌아봤을 것이다. 나는 잠시 동안 롯 아내의 이름을 떠올리려고 애썼지만 곧이어 롯의 아내에게는 이름조차 없음을 깨달았다.(p.415)

“당신이 누군지는 알고 있어.” 코안경이 앉은 자세를 바꾸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좋아. 그럼 당신들은 누구지? 왜 날 의자에 묶어 놨어?”
“당신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고 있지 않아. 그렇지?”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인가?”(p.452)

작가

린지 페이 지음

노트르담드나머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연기를 전공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수년간 전문 배우로 활동했으며 소프라노로서 여러 차례 공연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명탐정 셜록 홈즈를 재탄생시킨 첫 소설 《먼지와 그림자: 잭더리퍼에 관한 왓슨 박사의 기록》으로 극찬을 받았으며, 뉴욕 최초 경찰국 출범의 역사를 바탕으로 격동의 시기를 겪는 옛 뉴욕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린 《고담의 신》 시리즈, 《제인 에어》를 스릴러로 재탄생시켰다는 평을 받은 《제인 스틸》을 썼다.

이미정 옮김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서강 방송 아카데미 번역 작가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출판 번역 에이전시인 베네트랜스 전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그들의 생각은 어떻게 실현됐을까》, 《월마트 이팩트》, 《데드룸》, 《빅숏》, 《진화론의 유혹》(공역),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소통의 심리학》, 《마사스튜어트.COM》, 《전설적인 조직 뉴욕 양키스의 경영방식》, 《산타클로스의 리더십 비밀》, 《무덤의 침묵》, 《버블의 붕괴》, 《보비 이야기》, 《사라》 1~3, 《단테클럽》, 《수정마개의 비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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